하버드로 간 장마당세대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0-02-10

보스턴의 비영리교육 단체 ‘교육격차개혁연구소 (Educational Divide Reform/EDR)’가 탈북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식 기업가정신’ 연수프로그램.

보스턴의 비영리교육 단체 ‘교육격차개혁연구소 (Educational Divide Reform/EDR)’가 탈북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식 기업가정신’ 연수프로그램.

/Educational Divide Reform 웹사이트 캡쳐

(이향) 하버드대학 설립자 동상의 발등을 만지면 ‘하버드대학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만졌어요, 꼭 하버드로 다시 돌아와서 공부하고 싶어요

(장진섭) 통일의 시기가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가장 먼저 바라보는 사람들이 누구이겠습니까?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 가 아니겠습니까? 이들이 잘 살아야 합니다.

(이성주) 북한의 장마당세대에게 10년 전만 해도 똑같이 살던 사람들이 외부에 정착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하면 그것을 꿈꾸지 않을까요? 장마당세대의 실제 사는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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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하버드 대학로 간 장마당세대’입니다. 한국에서 온8명의 탈북 학생들이 지난 1월 8일부터 2월 8일까지 한 달간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있는 미국 동부의 보스턴에서 ‘미국식 기업가정신’을 교육받았습니다.

올해 4기째인 이들을 초청한 보스턴의 비영리교육 단체 ‘교육격차개혁연구소 (Educational Divide Reform)’ 장진섭 대표는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2016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탈북 학생들에게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또 한국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정착한 탈북 대학생들을 미국 보스턴에 초청한 이유는 뭔가요?

(장진섭 대표) 통일의 시기가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가장 먼저 바라보는 사람들이 누구이겠습니까? 자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 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들이 ‘잘살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교육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장진섭 대표) 북한 출신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마음 자세나 준비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작은 규모라도 좋으니까 창업과 그걸 키워 나갈 수 있는 방법과 과정을 제대로 경험하게 하자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학생들이 참가한 ‘글로벌기업가 양성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죠.

(장진섭 대표) 한국정부 관련 ‘한국 청년 기업가 정신 재단’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한국에서 일정 교육을 거쳐 보스턴에서 한 달 간의 교육을 받습니다. 첫 주는 미국의 문화와 역사,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지역의 유명한 대학이나 정부기관을 방문합니다. 두 번째 주는 과감한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과 초창기기업(스타트업)을 방문해서 기업가적 사고와 경영자 자세를 배우고 사례를 연구하고 토론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주는 “내가 창업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준비를 해서 미국 청중 앞에서 영어로 발표할 기회를 줬습니다. 마지막 주는 인턴이나 실습 시간으로 미국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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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 (Power of Hope)’ 보스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정착 탈북대학생들이 글로벌경영자 토론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희망의 힘 (Power of Hope)’ 보스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정착 탈북대학생들이 글로벌경영자 토론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EDR 장전섭 대표 제공

(진행자) 한국의 여대생들인 보스턴 연수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2012년 북한을 떠났다는 24세 여대생 이 향 씨는 시각을 더 넓히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고 싶어서 보스턴의 청년 기업가정신 연수를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향)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마치고 4학년 올라가는 이향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북한에 있을 때 하버드 대학교 들어 보셨나요?
(이향) 네, 들어 보긴 했지만, 내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실제로 가봐도 참 좋았습니다.
(진행자) 하버드대학 교정에 존 하버드라는 설립자의 동상이 있잖아요, 그 발등을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서 다들 만진다고 하던데 향 학생도 만졌나요?
(이향) 네, 만졌습니다. 그래서 꼭 다시와서 하버드에서 MBA를 해야죠.
(진행자) 이번 연수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행사나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이향) 마지막 주에 발표를 했는데, 창업을 하기 위한 생각과 계획을 세워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떨렸지만 나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앨리스 김) 저는 25살이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수 과정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엘리스 김) 저는 학부에서 이번 연수를 한국에서 지원하는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수업이 인연이 돼서 다시 찾아보다가 보스턴이라는 교육으로 유명하고 세계 최고 명문 대학들인 아이비리그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왔습니다.

(엘리스 김) 저는 배우는 거 좋아해서 너무 강의를 재밌었는데 제일 좋았던 점은 이게 경영이나 뭐 창업, 기업가 이런 것만 배우는게 아니라 생활 자체에도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나 미술이라든지, 음식이라든지, 사이버 이런 쪽으로도 되게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서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지금 시대에 그게 좋은 공부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이번 연수 때 배운 것을 한국으로 돌아가서 실제로 창업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어떤 사업을 하고 싶어요?
(앨리스 김) 사실 저는 창업을 한번 준비했던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이 준비를 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쳐 포기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준비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 관련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이 향 학생은 어떤 창업을 생각하고 계세요?
(이향) 저는 이번에 북한 음식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저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서 16년 동안 살다가 2012년 한국으로 왔습니다. 북한 음식이나 북한 문화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만큼 알려주고 또 왜곡되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수에서도 북한 식당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고향 청진에서 유명한 오징어순대 전문점이요.
(진행자) 요리를 잘 하시나 봐요
(이향) 북한에 살 때 저희집은 장사를 하던 집안이어서 엄마와 아빠가 장사를 하러 나가시면 9살이었던 제가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실 때를 맞춰서 밥을 했습니다. 통일 후 청진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의 떡볶이 분식집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사고가 있어서 땅의 소유와 관련한 개념이 없거든요. 개인이 열심히 일해서 땅을 개발하고 거래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SIGNAL MUSIC)

(진행자)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 2화를 마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해드리는 전세계 곳곳 장마당세대의 사는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